“이런 식의 국회 운영은 한마디로 국회 독재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이곳을 전투장처럼 여기는 모양인데, 여기는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다.”(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선임 문제를 두고 추 위원장과 나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각각 6선과 5선으로 양당 법사위 최고참인 두 의원이 날카롭게 부딪히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성과 막말이 쏟아져 회의는 파행됐다. 도합 11선에 달하는 최고참 두 명의 ‘추·나 대전’은 지켜보는 사람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의 부조리극으로 흐르고 말았다.
양측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격돌했다. 추 위원장이 “오늘 의사일정은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이라며 안건을 상정하자 국민의힘에서는 “이의 있다”는 고성이 빗발쳤다.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 의원이 “여야 합의 정신이 존중돼야 한다. 간사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는데 무시되자 항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를 밀어붙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위원장석으로 몰려갔다.
곽규택 의원은 “추 위원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야당 간사 선임을 안건에 포함했다가 갑자기 빼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며 “6선 법사위원장이 보여야 할 품격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 아니냐”고 따졌다. 추 위원장은 이에 “의제(검찰개혁 공청회)와 관계없는 발언으로 위원장을 모욕하거나 겁박하는 것은 삼가 달라”고 맞받았다.
국회법상 각 교섭단체는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두게 돼 있다. 그동안은 각 당이 추천한 인물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박수로 추인하는 관례가 이어져 왔다.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부결한 전례도 없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추 위원장이 민주당 간사와만 협의해 일방적으로 회의를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결국 법사위를 민주당 일당 독재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러나 나 의원 간사 선임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내란의 밤’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란 모의 혐의가 있는 자”라며 “내란 앞잡이에 준하는 나 의원이 어떻게 법사위 간사를 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나 의원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향해 “초선은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말하면서 양측 충돌은 극에 달했다. 초선인 박은정 혁신당 의원은 “모욕감을 느낀다. 사과하시라”고 소리쳤고, 같은 초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오만한 국민의힘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러니 내란을 일으켰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 의원이 법사위 간사로 오는 것을 막아 달라고 위원장님께 강력히 촉구한다”는 말도 했다. 추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계엄 해제하러 오다가 내빼버린 의원이 법사위 간사를 맡겠다고 하고, 민의의 전당에서 본인들이 안방을 차지해야 될 것처럼 큰소리치는 비정상적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각을 세웠다.
실랑이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종료 전 다 같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법사위는 국민의힘 없이 4일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과 윤 전 대통령 수감 중 특혜 제공 여부 확인을 위한 서류제출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이형민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