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형ICBM 개발 공개·방중 신속 보도… 美 보란 듯 세 과시

입력 2025-09-03 02: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엔진) 생산 실태 등을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직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비밀리에 중국을 찾았던 과거와 달리 방중 사실도 신속하게 보도하며 북·중·러 ‘반미연대’를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추후 대화 국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존재감 과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찾아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엔진)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 발동기가 ‘화성-19형’과 새로운 무기체계인 화성-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며 신형 ICBM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적용한 고체 연료 기반 ICBM 엔진을 개발해 신무기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신형 엔진의 최대 추진력이 1960kN(킬로뉴턴)이라는 사실도 알렸다. 이는 기존 고체 엔진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무기 개발의 기술적 진전이 이뤄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미사일연구소 방문은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는 새로 조업한 중요 군수기업소를 찾아 미사일 자동화 생산 공정도 점검했다. 북·중·러 회동을 앞두고 자신들의 국방 능력을 대외 매체에 공개한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큰 외교무대를 앞두고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방중 직전 ICBM 개발을 통한 대미 위협 능력을 강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러시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핵보유국, 중견 핵 국가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공개한 것 역시 같은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러시아 방문 때인 2019년 4월을 제외한 김 위원장의 다른 해외 방문 사실은 보안을 고려해 발표를 늦추거나 공개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번엔 비서방 국가 수장들이 다수 모이는 다자무대 참석을 서둘러 공개해 반미 진영의 일원임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반미연대를 결집해 세를 과시하려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미연대를 추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김 위원장을 위해 북·중 접경지역 보안을 강화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하는 모습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푸틴과 동급의 의전 경호 등 예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오찬, 만찬 등 주요 행사에서도 헤드 테이블에 김 위원장을 앉히는 등 예우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