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방문한 대만 고급 백화점 신광미츠코시 톈무점에 마련된 ‘K-프레시존’ 행사 매대 앞. 한 중년 부부가 멈춰 서더니 시식코너 직원이 건넨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한 알씩 입에 넣었다. 이들은 이내 바구니에 윤기가 흐르는 샤인머스캣 한 송이를 담았다.
K-프레시존은 2017년부터 해외 각국에 조성되는 ‘안테나숍’(제품의 홍보·평가를 위한 직영점)으로, 한국 신선농산물의 현지 홍보가 목적이다. 대만에서는 신선 농산물 전문 수입업체인 원림실업유한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협업해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K-프레시존 행사를 진행한다. 기간은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11월 14일까지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K-신선농산물의 ‘복덩이’로 대만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산 샤인머스캣도 수입되지만 후발주자인 한국산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3년 기준 대만의 한국산 샤인머스캣 수입액은 109억1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41.7% 늘었다.
김현호 aT 홍콩지사장은 “올해 1~7월 대만으로의 한국산 샤인머스캣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뛰었다”며 “앞으로도 한국산 샤인머스캣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비결은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과일’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중량이라도 일본산보다 가격은 대체로 낮고 당도와 신선도는 동등하거나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에는 K-프레시존 근처에 일본산 샤인머스캣이 진열돼 있었는데, 중량에 따라 654대만달러에서 비싸게는 1899대만달러까지 형성돼 있던 반면 한국산은 699~928 대만달러로 비교적 가격 상한선이 낮았다.
대만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직접 접하는 현지 소비자와 수입업체들도 입을 모아 이를 칭찬한다. 주부 림페이위씨는 “2년 전쯤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처음 먹었고 그 뒤로는 한국산만 산다”며 “과육이 단단하고 오래 보관해도 식감이 살아있어 선물용으로도 좋다”고 했다.
원림실업유한공사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며 한국 농가들과 8년째 거래하고 있는 에블린(44)씨도 “일본산과 한국산을 모두 먹어봤는데, 확실히 과육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고 전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캣 전문가를 자처한 에블린씨는 이를 청년농에게 적합한 재배 품목으로 추천했다. 그는 “수입업체들은 안정적 공급을 위해 몇 개 농가와 장기간 상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농이면 더 오래 관계를 맺을 수 있어 신뢰를 가지고 거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청년농 육성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후계농육성자금 6억원을 편성했다. 18세 이상 40세 미만 청년농에게 시설투자·농기계 등을 지원해 주는 내용이다.
타이베이=글·사진 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