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달라”… 삼성노조, 이재용에 공문

입력 2025-09-03 02:06
사진=뉴시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으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노조다. 반도체 업계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노사가 진통 끝에 직원 1인당 1억원 이상의 올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잠정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노조도 성과급 문제를 쟁점화하려고 나선 것이다.

초기업노조는 2일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 회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문에서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기로 잠정 합의했다.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이 37조원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 직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업노조는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며 “회사는 성과급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발표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이는 또 하나의 ‘사탕발림 쇼’였음을 직원들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삼는 EVA란 연간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투자금 등 자본비용을 제외하고 계산한 순수한 이익을 의미한다. 영업이익이 커도 자본비용이 크면 EVA가 작아 성과급 지급액이 적을 수 있다. 다만 EVA 수치가 임직원에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성과급 지급을 두고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내부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