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첫 다자무대 데뷔전인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는 모두 중국 정상을 만나는 절차를 거쳐온 만큼 후계구도가 굳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베이징 도착 사실을 전하며 주애가 함께 중국 인사의 영접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차이치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과 악수하는 김 위원장 바로 뒤에서 주애는 검은색 상하의에 곤색 리본 핀으로 반묶음 머리를 한 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동안 군사·민생 활동에 모습을 보였던 주애가 외국에서 열린 외교 무대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지난 5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게 첫 외교 행보였다.
주애의 동행은 북한 4대 세습의 본격화로 해석된다. 형제국가인 중국 지도자를 만나 후계자로서 인정받는 절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주애는 초창기 군사 활동 위주로 활동했는데 민생, 외교로 (활동 범위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후계자 공식화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2010년 아버지의 방중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후계자 내정 후 1983년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났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후계 체제에 대한 김정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며 “김정일이 김일성을 따라서 외교 행보에 나섰듯 주애도 김정은의 후계자라고 확정 지은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후계 구도가 더 뚜렷해진 가운데 내년 1월 열릴 제9차 당 대회에서 주애가 후계자로서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나이가 어려 후계자로서 당의 공식 직함을 받기까지는 최소 7~8년이 걸릴 수 있다.
주애의 방중은 북·중 관계의 복원을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딸과 나란히 모습을 보이면서 친밀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양국의 혈맹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다. 베이징에선 김정은 체제의 핵심 외교관인 최선희 외무상, 노동당 경제·예산 업무를 전담하는 김덕훈 비서의 모습도 포착됐다. 국정원은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 위원장의 배우자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리설주는 2024년 1월 신년경축대공연 관람 이후 공개 석상에서 거의 목격되지 않고 있다.
최예슬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