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요금 인하 영향으로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1.7%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이 8월 한 달 전체 가입자(약 2200만명) 통신 요금을 50% 할인하면서 휴대전화료가 일시적으로 21% 급락해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것이 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5월(1.9%)에 이어 석 달 만에 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5%)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적었다. 하지만 해킹 사태에 따른 통신료 할인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3%로 추산된다. 이는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4.8%)과 가공식품(4.2%), 외식(3.1%) 등 먹거리 품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돼지고기(9.4%)는 2022년 7월 이후 3년1개월 만에, 쇠고기(6.6%)는 2022년 1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수산물 물가도 고등어(13.6%) 등을 중심으로 7.5%나 뛰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도 빵(6.5%), 김치(15.5%), 커피(14.6%) 등 주요 품목 위주로 상승 폭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서 할인 판매가 끝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유가로 석유류(-1.2%) 물가 하락세가 이어지며 공업제품(1.7%)은 안정세를 보였다. 휴대전화료가 포함된 공공 서비스 물가도 3.6% 하락하며 주요 항목 중 가장 크게 줄었다.
이달 물가상승률은 다시 2%대로 반등할 전망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일부 이통사의 통신료 일시 할인으로 휴대전화료가 크게 하락했다”면서 “9월에는 일시 하락 요인이 없으므로 2%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에 경고등이 켜지며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주요 성수품 수급 상황을 선제 점검하고 먹거리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정부는 이달 중 성수품 수급 방안 등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비축 물량 공급, 할인 지원 등의 대책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양민철 기자, 김진욱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