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계엄직후 尹 통화 후 계엄해제 방해 나섰나

입력 2025-09-03 02:00
내란 특검 차량이 2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자택이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아파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권현구 기자

내란 특검이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에 나선 건 12·3 비상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기초적 사실관계 수집을 마무리하고 혐의점 확인에 본격 돌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계엄 해제 방해 의혹에 관한 특검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특검은 계엄 당일 추 의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화, 의원총회 장소 변경 등 추 의원 행적의 의도를 밝힐 수 있는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만큼은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계엄 당시 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식으로 당 소속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함으로써 내란에 공모했다는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받는다.

핵심 쟁점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등과 나눈 통화 내용이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39분 자택에서 국회로 출발했고, 이동 중 홍철호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통화했다. 이후 추 의원은 비상 의총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 하지만 얼마 뒤 의총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변경했다. 추 의원은 그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8분간 통화했는데, 한 전 총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 의원은 오후 11시22분 윤 전 대통령과 2분간 통화했다. 그로부터 10분여 뒤인 11시33분 추 의원은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다가 30분 뒤 당사로 다시 바꿨다. 공지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이튿날 0시47분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참여했다. 당시 국회에 있었던 추 의원도 참여하지 않았다.

추 의원은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하다”고 했을 뿐 관련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은 통화 후 의총 장소가 바뀐 점 등을 토대로 계엄 해제를 방해하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또 추 의원은 표결 직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표결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것이 계엄 해제를 늦추려는 의도였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추 의원은 우 의장이 표결을 오전 1시에 하겠다고 하자 “너무 급하지 않나. 국회에 들어갈 시간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특검은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협조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경태·김예지 의원 외에는 특검의 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우 의장과 백혜련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실관계 확보에 집중해 왔다.

특검이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통화 내용이나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사 결정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다면 수사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특검은 원내대표실에 있었던 지도부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압수물 분석을 진행한 뒤 추 의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