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선물의 품격

입력 2025-09-03 00:40

대단한 물건이 아니어도 상대를 감동시키는 선물이 있다. 2년 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찰스 3세에게 준 선물이 그런 예다. 바이든은 미국 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많은 찰스 3세를 위해 미국 각 주의 다양한 특산품을 선물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도 재임 시절 외국 정상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네기로 유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한테는 그의 어머니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전통 그릇을, 매년 알프스 트레킹을 즐기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게는 등산 관련 책을 선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일본 히로시마 방문 때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원자폭탄 피폭자의 병이 낫는다는 속설을 들었다면서 직접 접은 종이학 4마리를 현지 시민에게 선물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꼭 선물이 아니어도 손수 쓴 편지나 서로의 가족 사진을 주고받으며 깊은 우정을 쌓은 이들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 퇴임 때 했던 “당신이 총리가 된 이후, 프랑스는 당신을 알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는 말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더 큰 울림을 줬고, 메르켈을 감동시켰다.

그런 반면 요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선물 얘기는 그런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김건희 여사 모친 집에서 금거북이가 발견됐다고 한다. 특검은 청탁 대가로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김 여사는 역시 청탁 명목으로 명품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 전에는 명품백도 받았다.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야 진짜 값진 선물이고, 받는 이도 선물 속에 녹은 그런 마음 씀씀이에 깊이 감동하곤 한다. 하지만 김 여사 선물에 그런 마음들이 담겨 있을 것 같진 않다. 마음을 주고받았기보다 청탁과 대가가 오간 비즈니스 거래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게다가 금덩어리와 명품으로 대통령 부인의 환심을 사려 하고 또 그걸 실제 받았다니, 시곗바늘이 과거로 한참 돌아간 듯하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