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주행 택시, ‘타다’ 전철 안 밟게 선제 대응책 마련해야

입력 2025-09-03 01:20
강남서 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택시…카카오T 호출. 서울시 제공

한국은행이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조속한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한은은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 방안’ 보고서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택시 업계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선제적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이런 제안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건 우리 사회가 불과 몇 해 전 ‘타다’사태로 혁신의 기회를 놓쳤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타다는 당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로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기존 택시업계 반발과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에 눈먼 정치권이 법률 개정을 강행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 결과, 심야 시간대 택시 대란이 발생해 큰폭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한은은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자율주행 택시를 적시에 도입할 경우 택시 대란이 발생하던 오후 9~10시 시간대에 원활한 대응이 가능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거로 본다. 서울시에 전체 택시의 10%인 7000대만 자율주행 택시가 도입돼도 소비자 후생은 연간 1600억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자율주행 택시 시장은 지난해 30억 달러 수준에서 2034년 19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이면 미국 택시 시장 매출의 절반을 자율주행 택시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14조원 이상을 투입해 수억㎞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면허 총량 규제와 산업 보호 논리에 묶여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뿐 아니라, 늦게 도입할수록 기존 개인택시 종사자들의 피해만 커질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해 자율주행 실증과 상용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면허 매입·보상책을 제도화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갈등을 방치하다 정치적 타협으로 봉합한 타다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