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침 인사

입력 2025-09-03 00:35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휴대전화 알림이 울린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명 ‘부모님 카카오톡 짤’이라 불리는 이미지가 가족 단체 대화방에 와 있다는 것을. 누군가 만들어 배포했을 투박한 이미지 한 장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한결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 “나는 밤새 무탈했다. 너희도 잘 잤니. 오늘 하루도 잘 보내길 바란다.” 긴말 필요 없는 아버지만의 축약형 아침 인사다. 메시지가 오지 않는 날이면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마음이 쓰일 정도로,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알림 소리가 무척 반갑다.

출근 준비를 마친 뒤 커피를 내리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가 어색하게 합성된 배경 위에 ‘작은 소망이 큰 기쁨으로 이어지는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한쪽에는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벼 이삭 그림까지. 뜻밖의 조합에 픽하니 코웃음이 났다. 커피를 텀블러에 옮겨 담고 대화방 스크롤을 올려 며칠간 쌓인 아버지의 아침 인사를 다시 읽어봤다. ‘삶이란 쓸모를 닦으면서 언제인지 모를 쓰임을 기다리는 것.’ ‘겸손함을 가지고 가는 자는 가는 곳마다 화목이 있다.’ ‘늘 기쁘게 사는 사람은 주는 기쁨을 가진 사람입니다.’ 짧고 긴 문장들이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함께 매일 아침 가족의 하루를 열었다. 장자와 괴테, 어느 시인이 썼다는 장문의 글도 종종 올라왔다. 가끔은 웃음이 날 만큼 엉뚱하고 가끔은 곱씹을수록 깊이가 있는 아버지의 아침 인사를 나는 시간을 내어 정성껏 읽는다. 당신의 부정을 오롯이 가슴에 담고 싶어서. 이런 날들도 아련한 추억이 될 테니까.

커피 향이 은은하게 거실을 채우듯 수년째 이어지는 아버지의 아침 인사도 내 일상에 스며들었다.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는 일 또한 나의 주요 일과가 되었으니. 커피를 홀짝이며 마음을 띄운다. “웃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함혜주 이리히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