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건희가 통일교에 국힘 ‘집단 당원가입’ 요청”

입력 2025-09-02 02:12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이 2023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통일교 교인 집단 당원가입 의혹의 배후로 김 여사를 특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통일교가 김 여사를 ‘로비 창구’로 활용한 정황을 복원하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공소장에는 ‘피고인(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1월 초 (건진법사)전성배를 통해 김건희로부터 2023년 3월 8일 예정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특정 후보 당선을 돕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정당원으로 가입시켜 해당 후보를 지지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특검은 대선 전후 ‘윤영호-전성배-김건희’ 커넥션이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4일 통일교 간부에게서 ‘전씨가 김 여사와 친분이 두텁다’는 얘기를 들었고, 같은 달 23일 전씨를 소개받았다. 김 여사는 일주일 뒤인 30일 윤 전 본부장에게 “전 고문(전성배)이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한학자)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투트랙’ 채널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전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접근하는 통로와 함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한 창구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2022년 2월 8일 한 총재가 있는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했고, 한 총재는 이 자리에서 권 의원에게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에 앞서 윤 전 본부장이 2021년 12월 29일과 2022년 1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권 의원을 만나 2022년 2월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2022년 3월 22일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1시간 회동’을 주선한 정황도 복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천정궁에서 한 총재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당선 축하 인사를 받은 뒤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던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로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가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는 취지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숙원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자 윤 전 대통령은 “논의해서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적었다.

다만 통일교는 입장문을 통해 “한 총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부정한 자금 거래나 청탁, 선물 제공을 승인한 적도 없다”고 특검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특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체포동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 권 의원 체포동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은 9일 본회의에서 보고된다.

구자창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