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아하수에로왕 앞에 나아갔을 때
그 누구도
그녀의 생사가 어떻게 될지 몰랐으리
하만의 간계로 유대인의 제노사이드가 눈앞에 닥쳤을 때
죽으면 죽으리라 외치며
검은 사신의 칼날을 손으로 잡았던
밤하늘에 빛나는 스텔라여
고아의 흐린 별빛이 별 중의 별이 됐지만
이제는 별똥별로 낙하하려 할 때
마침내 모르드개가 달려야 했던 장대에
하만을 달리게 하여 최후를 맞게 하였던 여제의 전설
당신의 가슴에도 스텔라가 빛나고 있는가
이때를 위함이라고 외치며
목숨까지도 던질 수 있는 사랑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는가.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에스더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민족을 구한 이스라엘의 영웅적인 여성이다. 그는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의 왕비였으며 제국 전역에 사는 유대인들을 전멸시키라는 명령을 철회하게 했다. 그 음모 뒤에는 왕의 총애를 받는 고관 하만이 있었다. 자신을 부르지 않은 왕 앞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자기 민족의 운명에 관한 청탁에 있어서랴. 시인은 에스더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검은 사신의 칼날을 손으로 잡았다’고 썼다. 왕의 배려와 허락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있었겠으나 이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스텔라’ 같은 에스더가 마중물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이때를 위함이라고 외치며 목숨까지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 진정한 사랑과 용기의 확고한 성공 사례가 에스더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