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여러 ‘포용 금융’ 정책으로 금융권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지난해 상향된 서민금융 출연 비율을 추가로 높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옥죄기’ 일변도의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서면 질의에는 은행권 공통출연요율을 현행 0.06%에서 0.2%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이 담겼다. 이 후보자는 “서민금융 재원을 확충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출금리 등 금융상품 비용에 반영돼 소비자의 부담을 늘릴 우려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현행 서민금융법은 은행권이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금액의 최소 0.06%를 출연금으로 내놓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민금융상품을 공급·보증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횡재세’ 개념이다. 2022년 9조8000억원에서 2023년 10조6000억원까지 늘었던 서금원의 연간 정책서민금융 규모는 지난해 다시 9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점진적인 출연요율 인상을 통해 관련 재원을 확보했다. 2021년 최초 도입 시점에 은행권의 공통출연요율은 가계대출금액의 0.03%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은행권과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출연요율이 각각 0.035%, 0.045%로 상향 조정됐다. 다시 지난 3월에는 은행권 공통출연요율이 0.06%로 한층 높아졌다.
최근 여권·학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인상안의 강도는 이를 한참 뛰어넘는다. 지난 6월 김남근·유동수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새정부에게 바라는 금융개혁의 방향과 쟁점’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 금융지원은 수익자인 금융기관의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공통출연요율 0.06→0.2% 인상을 통해 은행권에서 서민금융 지원 재정을 상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안이 실행될 경우 은행권이 추가로 지게 되는 부담은 천문학적이다. 금융 당국은 앞서 출연요율을 0.035%에서 0.06%로 높일 때 연간 986억원의 추가적인 재원이 확보된다고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0.2% 상향 시의 출연 부담을 계산할 경우 약 5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세율 인상·배드뱅크 출연 등으로 이미 다방면에서 압박을 받는 은행권에 또 하나의 짐을 안기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는 규제대로 하면서 연일 출연만 요구해서는 은행 입장에서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출연료 인상은 은행 손익에 영향을 줘 결국 금융 소비자에 불이익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