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비자살적 자해 위험에 처한 10대들의 특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회성 충동에 그치지 않고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판단력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SNS에 익숙한 10대 특성과 맞물리며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크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1일 “비자살적 자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살 생각이 크고, 실제 시도율도 높다”며 “임상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이유로 입원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교수는 “자해가 반복하면 자살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비자살적 자해라도 정도가 심한 자해의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가 학교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 개인이 처한 상황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는 “청소년 자해의 대표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적응적 대처 행동”이라며 “학업 경쟁과 부모·친구 관계에서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박종익 강원대 교수는 “청소년 자해는 학업 경쟁과 또래 내 계층화, 사회적 관계 결핍 등 다양한 환경에서 비롯된다”며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통로가 없을 때 자신의 신체를 해치게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비자살적 자해 문제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청소년 자해를 과시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숨겨진 고통을 드러내는 도와달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방어 기제가 자해와 자살이라는 부정적 수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친구와 부모, 교사 등 가까운 관계에서의 작은 충격도 크게 받아들이는 만큼 감정 조절에 취약하다”고 부연했다.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는 다양하고, 자해의 스펙트럼도 있을 것”이라며 “자해 행동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상담을 통해 자해의 목적과 원인을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구조상 청소년들이 감정을 표출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한국 청소년은 예체능 활동 등 감정 표출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협소한 편”이라며 “고통을 계속 내면화하다가 자해로 빠지는 특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고 여러 요인이 겹쳐진 결과로 나타난다”며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기에 주변의 꾸준한 관심과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경진 조민아 이찬희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