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란특별재판부 사법의 정치화 우려”… 반박 의견서

입력 2025-09-01 18:59
연합뉴스TV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신설 법안을 두고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사법의 정치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공식 반박 의견서를 냈다. 위헌 및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당론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법조계와 야권에선 우려와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1일 국민일보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의견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특정 사건의 담당 법관을 사후적으로 정하면 재판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국민과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나 대한변호사협회가 개별 사건 사무분담과 배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의견서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내란특별법’에 대한 것이다. 내란 사건 1·2심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각급 법원은 매해 초 법관 배치 및 사건배당 순서 등을 미리 정한 뒤 전산시스템을 통해 사건을 무작위 배당하고 있다. 특정 사건과 담당 법관 사이 연관성을 차단하고, 법원 안팎의 압력에서 벗어나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법원행정처는 “특별법은 특정 사건을 전담해 심판할 법관을 별도 임명하는 방식으로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그간 법원에서 수많은 정치적 사건 재판이 이뤄졌지만, 이렇게 외부 입김으로 뽑힌 법관이 재판하도록 하는 법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특별재판부 후보자추천위를 국회의장이 민주당·조국혁신당과 협의해 추천한 3명, 변호사협회 추천 3명, 판사회의 추천 3명 등 9명으로 구성토록 했다.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국민의힘을 국회 추천 몫 협의에서 제외하는 것도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판결하라는 압박”이라며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리면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는 꼴이고, 반대로 거슬러 판결하면 정치적 보복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도 “특별재판부 후보자 추천과 임명의 구조가 상당한 정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추천위원과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사법부 내부의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앞으로 정치·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별재판부 문제는 여야 갈등의 새 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사를 앉혀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찍어내는 판결 자판기를 만들겠다는 초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