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론으로 위험 포착’… 산재 리스크에 고삐 죄는 건설사

입력 2025-09-02 00:51

정부가 건설현장 인명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건설업계가 안전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인공지능(AI) 드론으로 현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등 최첨단 기술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건설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 건설사는 안전 관리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1일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알림e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278건, 사망자 수는 28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130건(46.8%)이 발생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 제한,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겠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안전 관리는 건설사의 생존 필수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안전 관리 대응은 안전 관련 투자 확대, AI 등 최첨단 기술 활용, 협력사 안전 문화 확산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2023~2024년 사망사고 0건을 기록한 삼성물산은 총 공사 금액의 2.5%를 반영하는 법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외에 안전강화비를 별도로 편성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42억원을 집행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213억원 규모의 추가 안전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안전 조직을 개편·강화하면서 안전 관리 인력을 지난 7월 말 기준 1139명 추가했다.

작업 중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 근로자 스스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이 도입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협력사 손실을 보상하고 현장 내 안전 활동에 참여한 근로자는 포상한다.

AI를 활용한 안전 관리 대책을 건설 현장 곳곳에서 적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현대건설은 4000만건 이상 빅데이터를 분석해 현장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알려주는 ‘재해 예측 AI’를 활용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등은 드론과 AI를 결합한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나 낙하물 위험이 포착될 경우 즉각 관리자에게 알리고 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작업자의 안전 관리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17.4%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늘었다. 원활하지 않은 소통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GS건설은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를 개발했다. 전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대우건설은 ‘AI 기반 실시간 번역기’를 개발 중이다.

인력과 비용 등 문제로 안전에 투자하기 어려운 협력사와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존폐 위기에 놓인 중소 건설사들은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형 건설사가 함께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처벌만 강조하지 않고 사업장 노사가 스스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