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지구 10년 신탁통치·휴양지 개발 검토”

입력 2025-09-01 18:42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8월 7일(현지시간) 낙하산으로 구호품이 투하되자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연안 휴양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입수한 38쪽 분량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미국 관리하 신탁통치 지역으로 전환하고 관광 리조트,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시티, 첨단 제조·기술 허브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전환 신탁’(GREAT Trust)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가자 주민 약 200만명을 대상으로 현금, 주거비, 식량을 지원하며 재건 기간 자발적 해외 이주나 가자지구 내 안전구역 수용을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외 이주를 선택한 주민은 현금 5000 달러(약 700만원)와 4년 치 임차료, 1년 치 식량을 지원받으며 토지 소유자는 디지털 토큰을 발급받아 향후 신도시 아파트 소유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문건은 가자지구 내 임시 수용시설 운영 비용을 감안하면 주민 1명이 해외로 떠날 때마다 신탁이 약 2만30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WP는 이 계획이 유엔 승인을 거치지 않은 미국·이스라엘의 독자적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강한 거부감도 나온다. 한 가자지구 주민은 WP 인터뷰에서 “이곳은 우리의 고향”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돼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