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혁신성장을 견인한다는 정부 방침이 담겼다. 특히 AI 전환과 연구개발(R&D) 생태계 복원에 각각 4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편성된 예산안이 23조7000억원이라고 1일 밝혔다. 올해 추경예산 21조원에 비해 12.9%가 증가한 것이다. 이 중 R&D 예산은 1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1.6% 증액됐다. 이는 정부 총 R&D 예산의 약 33.4%를 차지하는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4대 중점 투자 분야로 ‘AI 대전환’과 ‘차세대(NEXT) 전략기술 육성’, ‘튼튼한 R&D 생태계 조성’, ‘과학기술·디지털 기반 균형성장’을 꼽았다. 먼저 AI 전환(AX)에는 전년 대비 29.7%나 증가한 4조4600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AI 시대 핵심 자원인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확보하고,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AI 반도체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에 1600억원을, 피지컬 AI 개발에는 새롭게 150억원을 투입한다. AI 핵심 인재의 양성 및 확보, 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각각 590억원과 2500억원이 책정됐다.
연구자 중심의 R&D 생태계 복원에는 전년보다 18.4% 증가한 4조51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지난해 폐지된 기본연구 사업을 복원해 기초연구 과제 수를 1만5800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집단연구 역량 향상을 위해 국가연구소(NRL2.0) 지원 예산 역시 전년 대비 3배로 늘렸다. 인재 유치 차원에서는 기존 세종과학펠로우십에 ‘복귀트랙’을 신설, 해외로 진출한 박사후연구원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
차세대 전략기술 확보에는 5조9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해 대비 27.8% 늘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기술 분야의 초격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첨단바이오와 양자 등 새로운 미래 기술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도 늘린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과학기술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디지털 기반 균형성장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27.6% 늘렸다. 총 7400억원의 예산으로 사회문제 해결형 R&D와 AI 디지털 배움터 확대,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 확대 등 사업을 수행한다.
우주항공청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우주청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2025년도 대비 15% 증액된 1조1131억원 규모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내년 누리호 5차 발사를 비롯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본격화하고, 달착륙선 및 10㎝급 초고해상도 위성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세종=박선영 기자, 양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