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후 韓·李 ‘단전·단수 지시’ 계엄 쪽지 함께 봤다

입력 2025-09-02 02:04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확인한 문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이른바 ‘계엄 쪽지’가 포함된 것으로 내란 특검이 파악했다. 특검은 이런 정황이 한 전 총리가 위법성을 알고도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내란방조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한 전 총리가 별도의 계엄 쪽지도 개별적으로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는데, 특검은 이 문건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폐쇄 등에 관한 내용이었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1일 국민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마친 후인 오후 10시54분~11시5분 약 11분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단둘이 만나 계엄 관련 문건을 보면서 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장면은 특검이 확보한 CCTV에 포착됐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문건 3장을 꺼내 한 전 총리에게 읽어주다가 그중 1장을 한 전 총리에게 보여줬고 다른 1장을 직접 건넸다. 한 전 총리는 건네받은 문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내용을 논의했다.

이 전 장관 공소장에는 문건 중 하나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계엄 쪽지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전달된 점을 인지한 걸 넘어 문건을 직접 확인하고 협의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 명령에 따라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 전 장관에게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한 비상계엄 계획 및 지시를 수용하고 이행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지시의 위법성을 알고도 국무회의 소집 건의 등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함으로써 내란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오후 9시37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빨리 오세요”라고 재촉했다. 특검은 이를 의사정족수를 채우려는 의도라고 봤다. 그는 또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이 의결된 후 계엄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받고도 1시간 동안 조치를 지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별도로 계엄 쪽지를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문건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특검은 이 쪽지에 한예종 폐쇄 등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해당 내용이 포함됐고 실행 행위로 이어졌다면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등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가 7분 만에 일선 소방서에 전달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오후 11시37분에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지시를 내렸고 이는 이영팔 소방청 차장과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서울소방재난본부 당직관에게 하달됐다. 당직관은 오후 11시44분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출동 대비태세 철저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실제 단전·단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구체적 실행 행위가 있었던 점을 토대로 특검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