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가 주도하고 인도도 가입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이란을 공격한 미국·이스라엘을 규탄했다. SCO 정상들은 반미·반서방 성격이 강한 SCO를 실질적 안보·경제 협력체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31일 톈진에서 개막해 1일 폐막한 SCO 정상회의에서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 같은 내용의 ‘톈진선언’을 채택했다.
SCO 정상들은 톈진선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난 6월 이란 핵시설 공격을 규탄하고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 복원 움직임에 반대했다. 대신 회원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와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이행을 재확인했다. 2035년까지 10년간 SCO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한 군사 분야 협력과 SCO 개발은행 설립에도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SCO 정상 이사회 제25차 회의 연설에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기구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만들어 회원국 간 안보·경제 협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모두에게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면서 서방 중심의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SCO 회원국들을 규합하기 위해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시 주석은 SCO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이 840억 달러(약 117조원)를 넘어섰다며 올해 안에 이들 회원국에 20억 위안(3900억원)을 무상 원조하고 3년간 회원국 은행에 100억 위안(1조9500억원)을 신규 대출하겠다고 밝혔다.
톈진선언에는 인공지능(AI) 관련 보안 위험 예방을 위한 협력, 통신 기술의 군사화 반대, 마약 밀수와의 싸움을 위한 협력 등도 담겼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다. 2017년 인도와 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가 가입하면서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고 몽골·아프가니스탄이 참관국,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캄보디아·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14개국이 대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