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성공의 첫 단추는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기존에 검찰이 보유하고 있던 수사 역량을 제대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수청의 관할을 두고 ‘행정안전부론’과 ‘법무부론’이 맞서고 있는데, 검찰 수사 역량을 온전히 이전할 수 있는 방안에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여당의 방안으로는 중수청이 온전히 기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소속이던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소속 부처를 바꾸는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1일 “13만명의 경찰 인력을 보유한 행안부 산하에 ‘서자(庶子)’마냥 신설될 중수청을 ‘검사 타이틀’까지 떼 가면서 지원하는 검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지난 7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진행한 공청회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현재 검사 2300명과 검찰 수사관 6200명 중 중수청으로 옮길 인원이 어느 정도 되겠느냐’는 이성윤 민주당 의원 질문에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라는 직함을 버리고 수사관으로 갈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경력 있는 검사들은 사표를 내고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이 앞선 수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마약범죄나 주가조작·코인사기 같은 자본시장 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2022년 8월 검찰이 직접인지 수사로 기소한 월 평균 마약사범 수는 60.5명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개시권 일부가 제한됐던 기간이다. 수사개시 제한이 없었던 2019년 1월~2020년 12월 월 평균 132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수치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마약범죄 수사개시가 재개된 2022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93.7명으로 다시 늘었다.
주가조작이나 코인사기 등 자본시장 범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단이 폐지됐던 2020년 1월~2022년 4월 검찰이 직접 수사한 자본시장 범죄 기소 월 평균 인원은 6.2명이었다. 합수단이 복원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수치는 16.0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검찰에서 자본시장 범죄나 마약 범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이동을 포기하면 그만큼 해당 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검찰이 독보적으로 보유한 수사 역량이 사장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구자창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