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김원호·서승재 세계선수권 정상에

입력 2025-09-02 01:11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랭킹 1위인 김원호(왼쪽)-서승재 조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보양-류이를 상대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황금계보를 잇는 ‘환상 콤비’ 김원호-서승재(삼성생명) 조가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남자복식 세계 랭킹 1위 김원호-서승재 조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보양-류이(11위)를 2대 0(21-17 21-12)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서승재는 직전 2023년 대회에서 강민혁(국군체육부대)과 우승을 합작한 데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0분이다. 1게임 초반 한 점씩 주고받는 접전이 이어졌다. 이윽고 13-17까지 끌려갔지만 뒷심이 빛났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무려 8점을 내리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2게임에선 단 한 차례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시작부터 8-0으로 앞서 나가며 천보양-류이 조를 압도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지난 1월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유망주 시절 짝을 이룬 이후 7년 만에 성장한 모습으로 재회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선 혼합복식 선수로 나서 준결승에서 맞닥뜨린 바 있다. 경쟁자에서 동지로 만난 둘은 “서로 배려하고 채워주려는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로 뭉친 두 선수의 기세는 무섭다. 세계 랭킹 248위에서 출발해 7개월 만에 1위로 올라섰다. 한국 남자복식 조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2016년 이용대-유연성 조 이후 9년 만이다. 올해만 벌써 6번째 우승이다.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 대회인 전영오픈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독일오픈, 일본오픈까지 모두 휩쓸었다.

한국 남자복식의 ‘황금계보’도 다시 잇게 됐다. 대표팀 사령탑인 박주봉 감독과 김문수, 김동문-하태권, 이용대-정재성 등으로 이어지던 계보는 한동안 끊길 위기에 놓였었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1977년 출범한 대회에서 다섯 번째로 남자복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서승재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며 “이번 시즌 김원호-서승재 조는 사실상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서승재-김원호의 남자복식 금메달과 안세영(삼성생명)의 여자단식 동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여자단식 2연패를 노린 안세영은 아쉽게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에 패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