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 후유증인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내홍’

입력 2025-09-02 00:21
대구시청 산격청사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지역 문화·예술 기관들을 통합해 만든 대구문화예술진흥원(문예진흥원)이 내홍으로 도마에 올랐다. 조직 내 갈등과 방만 운영 논란이 불거져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구시가 특별감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1일 대구시에 따르면 민선8기 출범 후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대구시 산하기관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관광 분야 6개 기관(대구문화재단·대구오페라하우스·대구관광재단·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콘서트하우스·대구미술관)을 합친 문예진흥원을 출범시켰다.

통합 당시 다른 공공기관들과 달리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기관들의 성격과 역할 차이가 커 통폐합 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원장 측근 승진을 위한 내규 변경 등의 의혹이 불거졌고 내부 규정에 없는 원장 직속 정책 태스크포스(TF) 구성, 과도한 시간 외 근무수당 지급 등 방만 운영 등도 논란이 됐다. 내부 직원 간 갈등도 드러나 문화계 안팎의 비판이 잇따랐다. 문예진흥원 한 관계자는 “색깔이 강한 기관들이 모여 있다보니 한 조직으로 동화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논란 속에서 박순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이 취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문예진흥원 내홍과 방만 운영 문제가 알려지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최근 문예진흥원 조직 내 갈등, 운영상 문제 등에 대한 대구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문예진흥원 노조도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방침이다. 산하 기관장 중심의 책임·자율 경영 기조를 더 이상 문예진흥원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문예진흥원에 대한 감사위원회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지도·감독권을 가진 책임부서에도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문예진흥원 점검과 함께 산하기관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도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