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이 더 익숙했던 KIA 오선우의 반등 “올해가 마지막… 죽으란 법은 없더라”

입력 2025-09-02 01:13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2025 KBO리그 경기가 지난 4월 1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2-2로 맞선 5회 타석에 선 KIA 오선우(사진)는 SSG 문승원의 초구를 통타해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베이스를 도는 오선우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196일 만에 1군에 복귀해 580일 만에 아치를 그려낸 선수의 얼굴이라기엔 다소 의외였다. 최근 경기장에서 만난 오선우는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시즌 오선우는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2019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1군에서 184타석 소화에 그쳤고, 통산 홈런도 7개가 전부였다. 올해는 확 달라졌다. 102경기에서 타율 0.277(364타수 101안타) 16홈런 50타점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써 내려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터트리는 한 방도 인상적이다. 지난주에만 네 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선 6회 1-1 상황에서 역전 3점포를 뽑아내며 올시즌 전 구단 상대 홈런에 성공했다. 31일 KT전에서는 2-4로 뒤진 4회 추격의 솔로포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번 시즌 반등의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오선우는 “지난해 1군에서 단 3경기에 출전했다. 시즌을 마치고는 ‘이 팀이 나를 왜 데리고 있을까’라는 죄책감까지 들었다”며 “올해도 반전이 없으면 야구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살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니 무서울 게 없었다. 6년간 1군에 잠깐 올라왔다가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간 게 30번도 넘는다”며 “그 아픔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실패 원인을 다시 분석했다. 죽으란 법은 없더라”고 말했다.

오랜 인내의 시간은 자산으로 돌아왔다. 오선우는 “함평에서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도 묵묵히 야구하는 동료들을 봐 왔다”며 “그들을 지켜보며 2군 생활을 버텼고, 지금도 초심을 다잡는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김호령을 포함한 함평 출신 선수들이 1군에서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선우는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슬럼프가 왔을 때도 함평 출신 선배들의 조언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오선우의 2025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자는 다짐만 여전히 품고 있다”며 “지금 KIA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나 시즌 마지막엔 더 높은 자리에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