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달라도 한 형제”… 한국교회 ‘3김’ 英서 손잡다

입력 2025-09-02 03:01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과 김정석 기감 감독회장, 김영걸 예장통합 총회장이 지난 28일 영국 옥스퍼드대 크라이스트처치 도서관에서 위클리프 성경 원본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영국 런던 시티로드 47번가 웨슬리 채플.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가 목회했던 이곳에 지난 27일 한 대의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과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 그리고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이철 전 감독회장이었다. 선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여러 행사에서 함께 만난 이들이 의기투합해 영국을 방문했다.

웨슬리 채플 지하에는 존 웨슬리의 유물과 감리교 역사를 소개한 박물관이 있고, 1층 현관에는 한국의 김선도 전 감독회장의 흉상이 서 있다. 2층의 광림룸은 난민 지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인다. 이 교회 담임 제니퍼 스미스 감리사는 이들 일행을 안내하며 “광림교회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유물 전시시설을 재단장하고 런던 지역사회의 돌봄부터 전 세계를 향한 선교까지 함께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회장은 “웨슬리는 독자적인 교단을 세우려는 의도가 없었던 복음 실천 운동으로 감리교를 시작했다”고 장로교단 총회장들에게 설명하면서 교단 차이를 넘어선 복음의 힘을 강조했다. 존 웨슬리가 거주했던 웨슬리 하우스를 돌아볼 때는 월드비전 세계총재인 앤드루 몰리 목사도 방문해 함께 웨슬리 기도실에서 기도를 드렸다.

옥스퍼드대학교 안의 신학대학인 크라이스트처치 도서관은 한국에서 온 방문자들에게 최초의 영어 번역 성경인 위클리프 성경 원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옥스퍼드대 폴 벤더 새뮤얼 선교연구센터 학장은 “선교사를 받는 처지였던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타 문화권 선교사를 파송한 독특한 역사가 있다”면서 “앞으로 변화하는 세계선교 흐름 속에서 영국을 비롯한 세계 교회가 한국교회와 함께 협력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행은 장로교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 함께 여행했다. 김영걸 총회장은 “유럽 대륙의 종교개혁 역사에 뿌리를 둔 장로교회는 영국에서 시작된 감리교회와는 다른 역사를 거쳐 왔지만 신학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두 교단이 영국에서 부흥한 것처럼 한국교회도 교단을 넘어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종혁 총회장은 “예장합동과 통합은 10년 이상 강단 교류를 이어 왔다”며 “이번 기회에 감리교회와 같이 대화하고 역사를 함께 살펴보면서 같은 시대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공감대를 느꼈다”고 말했다. 장로교 목사들과의 여행이 처음이라는 김 감독회장은 “감리교 운동이 시작되고 장로교회의 뿌리가 있는 영국 땅을 장로교 목사님들과 함께 방문하니 140년 전 조선 땅에 함께 발을 디딘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생각난다”고 감회를 밝혔다.

4박5일간 장로교회와 감리교회의 영국 유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한 이 전 감독회장은 후배 목회자들을 보며 “한국교회의 ‘3김’이 영국에 모였다”고 칭하면서 “교단은 달라도 믿음 안에 한 뿌리임을 확인한 뜻깊은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런던·옥스퍼드=글·사진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