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캠퍼스 120개국 엘리트에 복음 심는다

입력 2025-09-02 03:00
서울대 권요한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듣는 유학생들이 지난해 2월 설날을 맞아 서예를 실습하고 가면놀이를 경험하고 있다. 권 선교사 제공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120개국에서 온 27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 다수가 장학금을 받고 온 각국의 엘리트들이다.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자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인재들이다. 30여년간 서울대에서 복음을 전하는 권요한(62·사진) 선교사는 30여명의 사역자와 협력해 이들을 향한 복음화 전략인 ‘웨이 메이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202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캠퍼스와 지역교회, 선교단체, 선교지를 연결하는 유학생 사역 모델이다. 사역자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이주민 사역을 하거나 은퇴한 선교사, 선교단체 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지역교회로는 포도나무교회(여주봉 목사)를 비롯해 이주민 사역자들이 활동하는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위디국제선교회 대표 문창선 목사 등과도 동역하고 있다.

단계적 접근으로 마음의 문 열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원화된 접근 방식이다. 먼저 ‘소셜(social) 라인’에서는 학기 초 환영 만찬, 한국문화 체험, 한국어 교실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계가 형성된 학생에게는 2학기부터 ‘스피리추얼(spiritual) 라인’을 통해 복음을 전한다. 현재 권 선교사가 소셜 라인과 스피리추얼 라인을 통해 접촉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00여명에 이른다.

권 선교사는 최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소셜 라인을 통해 우정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복음에 대한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슬람권 학생들은 본국에서 복음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여기서 복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면 복음을 전한다”며 “최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학생이 처음 복음을 듣고 믿음을 고백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보편적 가치의 공유다. 인류애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가치를 매개로 신뢰를 쌓은 후 한국 문화와 언어 교육을 통해 실질적 우정을 나누는 방식이다. 올해 미얀마 대지진 때는 피해를 입은 유학생을 후원하는 등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퇴 선교사와 MK들이 만드는 시너지

붉은 외투에 중절모를 쓴 권 선교사(왼쪽)와 사역자들이 유학생들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태극기 아래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권 선교사 제공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은퇴 선교사와 선교사 자녀(MK) 등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권 선교사는 “유학생을 제자 양육할 수 있는 데에는 타 문화권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은퇴 선교사들의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MK들도 타 문화권에 오래 살아서 외국인과 소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사역의 지속가능성은 협력 시스템에서 나온다. 코이노니아 선교공동체를 통해 서울대 출신들이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고 국제학생사역회(ISMC) 등 선교단체들과도 연계한다. 권 선교사는 "학기마다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 이상이 꾸준히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는 10명 이상의 결신자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권 선교사는 교단을 넘나든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 시절 서울침례교회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그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교사로 일하다 1992년 동대학원에 진학했다. 지구촌교회 개척 구성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1996년 학원선교사로 파송받았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를 졸업한 뒤 2021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애초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사역을 하려 했지만, 점차 캠퍼스 선교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인문대 기독인연합'으로 시작해 15개 학과가 협력하는 기도운동을 펼쳤다. 2000년 수요채플부터 시작해서 서울대학교회도 개척했다.

유학생을 본국에 파송하는 선교로

권 선교사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유학생 선교를 넘어 보내는 선교를 꿈꾼다. 그는 "방학 때마다 아웃리치를 가서 현지 대학과 캠프를 하는 사역을 했다. 유학생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과의 관계에서 복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복음을 알게 된 유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 교회를 개척하거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목격하며 이것이 바로 '역선교'의 실제 모습임을 확신했다"며 "전국 주요 대학에 이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