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S형제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나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다. 지방자치단체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형제는 교회 요청으로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고 싶어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해 만든 방 하나짜리 도서관의 유일한 직원으로 왔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세상의 일’보다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는 신앙의 결단이었지만 막상 월급도 적고 좁은 곳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전 직장 동료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교회 기관에서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시 공공도서관으로 돌아가도 되겠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다만 동네 주민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즐겁게 일하면서 실적과 보람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에서 하는 일이나 교회부설 도서관에서 하는 일 모두 ‘하나님의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라면 어디에서 하든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이라는 설명에 그의 얼굴이 펴졌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