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이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

입력 2025-09-02 00:35

지난 4월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한 충격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으며,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로 충격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감세는 재정 적자라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번 감세 법안 통과로 미국은 향후 10년간 4조 달러의 부채 증가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36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감안한다면 미국의 부채 리스크는 악화일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부채 문제에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려 할까.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국채 금리가 낮다는 것은 부채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인데, 크게 늘어난 부채의 총액과 높아진 금리를 감안하면 매년 지급되는 이자 부담이 매우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채 금리를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우선 국제유가 안정을 통해 물가 압력을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증산으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하는 국제유가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유가 안정은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물가 안정이 전제될 경우 ‘인플레이션의 파수꾼’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앞장서는 등 물가 경계감을 늦출 수 있게 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금리를 낮추는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뿐 아니라 연준 이사들에 대한 압력도 함께 행사하고 있는데, 최근 모기지대출 부정으로 해임된 리사 쿡 이사가 대표적 케이스다.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으면서 연준 이사들 사이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만큼 기존보다 빠른 금리 인하를 의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 코인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100% 미국 단기 국채를 담보로 잡을 것을 지니어스(GENIUS)법을 통해 강제하고 있으며, 은행의 미국 국채 매수를 제한하는 보완레버리지비율(SLR)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확대해 금리를 안정시키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리를 낮추는 것도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보다 직접적인 방법은 세수를 늘려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번 대규모 관세 부과로 미국의 연간 관세를 통한 세수 증가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향후 관세 부과가 지속되면서 관세로 인한 세수는 5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언급까지 하며 10년간 3조3000억 달러가량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까지 제시했다. 대규모 감세로 늘어날 수 있는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가 4조 달러 수준인데,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는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 등 반도체 회사들의 대중국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수출 마진의 1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이른바 ‘수출세’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실질적인 세수의 증가를 의미하는데, 미국의 부채 문제 해결에는 직접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해법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에 대한 압박, 인위적인 저금리 유도 등은 예상치 못한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 부채 문제의 솔루션은 존재하지만 물가 불안이라는 와일드카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