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시적 출산율 반등이 미래 바꾸지 않는다

입력 2025-09-02 00:33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오랜 감소세가 멈추고 약간의 상승을 보였다. 이후에도 출산율 상승은 이어져 지난 6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2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가속화된 출산율 하락은 우리 사회의 불안과 위기의식을 키워왔는데, 일각에서는 이번 출생아 증가를 반등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세한 상승은 구조적 반전이라기보다 인구 내적 요인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과 출산이 최근 재개된 효과가 크다. 한 예로 지난해 다태아 수도 다시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 시기 미루었던 난임시술이 재개됐음을 보여준다. 다태아 비율이 가장 높은 충북은 이미 2023년부터 출산 반등이 일어났다. 또한 출산기에 진입한 1990년대생은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출생아 증가를 이끌고 있으며, 과거 성별 선택 낙태로 왜곡된 이 세대의 성비(남>여)와 맞물려 여성의 혼인과 출산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외적 요인으로는 청년들의 결혼관 변화를 들 수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혼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필자가 청년들을 인터뷰한 결과 코로나 방역 시기의 극단적 고립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SNS를 보면 결혼과 출산을 안정적 중산층의 모습으로 여기는 새로운 경향도 발견된다.

문제는 출산율 증가를 정책 성과로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다. 정책 당국은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여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효과의 유무나 크기에 대해 더 장기적이고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해외 연구를 보면 단기적 지원은 단지 출산 시기만을 앞당기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정책 효과를 강조하는 태도는 저출산 구조를 바꾸기보다 단기적 지원책에 집착하게 할 수 있다. 인구에 대한 정책 효과는 최소 수년간의 누적된 변화 속에서 드러난다. 그럼에도 단기적 변화를 성과로 포장하는 순간 정책은 근본적 해법보다 성과 지표 맞추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이 보여준 악순환이다. 저출산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본래 종합적 정책 기조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개별 지원사업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적 개선에 대한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인구정책의 기조를 다시 세울 시점이다. 단기적 출산 장려를 넘어 사회 구조를 전환해 청년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각 기관의 인구정책 라인을 정비하고, 대통령실 인구정책비서관을 포함한 인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는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해다. 특히 이번 계획은 기간이 정부 임기와 일치하게 된 첫 번째 기본계획이기에 향후 5년간 정부가 펼칠 인구정책의 비전과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새롭게 구성된 인구정책 담당 체계는 대한민국 인구정책의 새로운 비전을 기본계획에 담아내야 한다.

출산율의 일시적 반등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에 안도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수치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이다. 저출산은 단순 인구 지표가 아니라 청년의 삶과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과제다. 지금은 지속 가능한 인구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