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팁(Tip)’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아시아 국가에서도 최근 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식당이 팁 도입을 시도한 사실이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팁 문화 도입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여론에 드러난다.
SNS ‘스레드’에는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에 위치한 한 규카츠 식당 입구에 설치된 ‘팁 박스’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팁 박스, 고맙습니다(Tip Box, Thanks)’라는 영문 안내문이 붙은 이 사진은 이달 1일까지 조회수 3만회에 가까운 관심을 끌었다. 댓글에는 일본에도 향후 팁 문화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절대 반대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국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설치된 팁 박스 사진이 스레드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여론의 반응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문화는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앞서 한 빵 가게에서도 팁 박스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철회한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는 택시에 팁 제도가 도입된 적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7월 미국에서 ‘팁플레이션(Tip-flation)’ 논란이 불거지던 시기 자사 플랫폼 ‘카카오T’에 ‘감사팁’을 도입했다. 기사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일반호출을 제외한 가맹택시 등에만 최대 2000원의 팁을 주는 구조였다. 이 기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이용률이 낮아 사실상 사장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용률을 정확히 공개할 수 없지만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에서 팁 도입 시도조차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로는 문화적 특성과 함께 고물가 상황이 지목된다. 고물가에 팁 부담까지 더해지면 체감 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창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팁이 도입되면 팁 비용만큼 물가 상승을 불러 ‘팁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팁이 정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