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반 통화 비서 서비스 ‘에이닷’의 유료화를 추진한다. 가입자와 실제 이용자 수 등 여러 지표에서 서비스가 궤도에 오른 만큼 이를 통한 수익 창출도 고려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익시오’나 ‘갤럭시 AI’ 등 대체 서비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료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SK텔레콤은 지난 29일 홈페이지와 에이닷 앱을 통해 이용약관 변경을 공지했다. 바뀐 약관에는 “(에이닷)노트 서비스의 제공 범위를 추가하고 면책 범위를 새롭게 규정한다”는 내용과 “부분 유료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이용 의무와 결제, 취소, 환불 등 규정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 변경은 최소 30일 전에 고지해야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유료화 범위와 방식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연내 부분 유료 전환을 고려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2023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에이닷은 출시 22개월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 측이 8월 초 밝힌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810만명에 달한다. 통신 3사 중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 AI 서비스로는 가장 빨리 자리를 잡으며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순항 중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과 더불어 ‘돈 버는 AI’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분기 유심 해킹 사고 여파로 전체 매출이 감소했지만 AI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했다. 해킹 사고 대응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도 만회해야 한다. 이미 유심 교체와 대리점 손실 보상 등으로 2분기에만 25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지출했고 지난 28일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1348억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AI 음성-텍스트 변환(STT) 서비스들은 아직까지 무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익시오’는 통화 녹음 및 요약, 보이스피싱 차단 등이 가능하다. ‘갤럭시 AI’는 갤럭시 기기에 탑재된 기능으로 통화 녹음 파일을 생성하고 요약을 진행한다.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는 회의나 강의 등 외부 음성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하고 요약하는 서비스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에이닷 노트의 경우 실시간으로 음성을 받아 적고, 1분마다 요약이 업데이트되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유료화 계획을 위해 다방면으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서비스 수익화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료 서비스로만 운영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렇게 모은 재원으로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산업 성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