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서 ESS로… K배터리, 북미서 활로 모색

입력 2025-09-01 00:42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에너지 전시회 ‘RE+(Renewable Energy Plus) 2025’에 나란히 참가한다. RE+는 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의 최신 기술 및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북미 최대 에너지 전시회다. 올해 행사에는 미국 테슬라, 플루언스 에너지, 중국 CATL 등 글로벌 13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실물을 공개한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사각캔에 전극이 들어간 형태로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북미 시장 전용으로 개발한 ‘JF2 AC/DC LINK 시스템’도 처음 공개한다.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이 제품은 배터리 셀부터 팩, 시스템까지 모두 북미에서 생산·공급된다.

삼성SDI는 전력용 ESS 솔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의 신제품 SBB 1.7과 SBB 2.0을 공개한다. 이번 신제품은 20피트 컨테이너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해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일체형 제품이다. 삼성SDI는 SBB 1.7이 기존 SBB 1.5 대비 에너지 밀도가 약 17% 높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가 ESS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배경에는 미 IRA 정책 변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이 있다. 미 정부는 9월 30일부터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ESS 시장은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신규 전력망 건설 등이 맞물려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미국 ESS 시장 규모가 2024년 1067억 달러(약 148조원)에서 2032년 2635억 달러로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 맞춤형 ESS용 배터리 신제품과 혁신 기술을 공개하고, 고성능과 고효율을 겸비한 ESS용 배터리로 미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