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가격이 심상찮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인해 원두 가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원두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이 국내 커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준 아라비카 원두는 파운드당 3.8775달러로 전월 대비 28.52%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t당 환산가는 8548달러다. 로부스타 원두는 t당 5008달러로 지난달보다 49.14% 급등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아라비카 원두는 2023년 t당 3801달러에서 올해 7863달러로, 로부스타 원두는 같은 기간 2493달러에서 4797달러로 뛰었다.
수입 대금도 급증했다. 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두 수입량은 10만255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5%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액은 8억6626만 달러(약 1조2055억원)로 53.9% 급증하며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e)에 따르면 지난 7월 브라질의 커피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6% 줄었지만 수출액은 10.4% 증가하며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이상기후다. 커피나무는 온도와 강수량에 민감하다. 최근 가뭄·폭우 등 극단 기후가 반복되며 수량과 품질에 변동성이 커졌다. 원두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엔 지난해 서리와 광범위한 가뭄이 겹쳤고, 베트남 역시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며 작황이 나빠졌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050년엔 현재 아라비카 원두 재배지의 절반가량이 타격을 입을 거란 관측도 있다.
원두 가격 상승은 이미 커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커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상승했다. 스타벅스·폴바셋·투썸플레이스·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커피 브랜드는 올해 들어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삼동커피는 오는 2일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500원 커피’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원두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커피 업체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고율 관세 정책이 커피 가격 인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 식음료업체 JM 스머커는 관세 영향으로 인한 커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웨스트록 커피는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