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서 ‘초단기 가격 조종’ 부정거래 횡행”

입력 2025-09-01 00:12

장두식(사진) 빗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최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개인이 물량을 대량으로 사고팔면서 거래량을 늘리는 부정거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암호화폐 부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 감시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센터장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에서든 코인 시장에서든 불공정거래 유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코인 시장은 24시간·복수 거래소 체제이기 때문에 알고리즘 등 프로그램을 통한 이상 거래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약 7년 동안 주식 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를 담당한 후 지난해 6월 빗썸으로 이직했다.

빗썸은 장 센터장 입사와 함께 시장감시실을 만들어 거래 감시를 강화했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를 본떠 만든 시장감시실 ‘이상 거래 모니터링팀’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심리팀’으로 이관해 상세 분석을 진행한다. 이보다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금융 당국에 보고가 되는데, 여기까지 약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장 센터장은 “주식은 기업의 공시나 대외 환경 변화 등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 변수가 많지만 코인은 그렇지 않아 데이터를 활용한 이상 거래 탐지가 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부정거래는 초단기 가격 조종 유형이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시장가 매수를 통해 가격을 올린 뒤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 부쩍 많아진 유형은 개인이 재단에서 코인 물량을 대량으로 산 후 직접 사고파는 과정을 반복해 거래량을 늘리는 유형이다. 이 밖에 주식시장의 ‘경주마’ ‘가두리’ 수법처럼 대량 매집을 통한 가격 조종 사례도 있다.

날로 다양해지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빗썸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 통보된 과거 거래 유형을 참고해 AI에 ‘이 행위와 유사도가 높은 거래를 적발해’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그는 “AI가 적발한 사례들을 심리팀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금융 당국에 보고할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단기간에 코인 가격이 수백% 이상으로 오를 때 코인 거래소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가 이뤄지는데 거래소에서 거래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장 센터장은 “어떤 사람이 시세조종에 관여했는지 보려면 시세 관여율로 수치화했을 때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확신이 없는데도 선제적으로 일부 거래소에서 특정 코인의 거래가 중지되면 오히려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센터장은 “불공정거래 예방 조치를 계속 확대하고 AI 모델도 강화해 투자자 피해를 막겠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