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의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 차원에서 도입된 프로그램에 정작 현장 대원들의 참가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지원 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소관 2024년 결산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청이 시행한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참가자의 보직별 비중은 화재가 38.1%로 1위, 행정이 30.1%로 2위로 나타났다. 이어 구급(15.9%) 구조(8%) 순이었다. 화재 구급 구조 화재조사 등 현장 대원 비중은 67.6%로 집계됐다. 이 프로그램은 마음건강 설문조사 및 상담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소방공무원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치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보직별 인원 대비 참가율로 따져보면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공무원의 심리 치료 참가율이 내근직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직의 인원 대비 참가율은 3.1%로 내근 행정직(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체 소방공무원 가운데 현장 인력은 82.7%, 내근 인력은 17.3%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현장 인력의 경우 교대근무 특성상 대체 근무자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참가율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상 요양을 승인받기도 쉽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경기도 화성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재난과 관련해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한 소방공무원 가운데 12명 중 절반인 6명만 승인을 받았다. 정신적 질환을 포함한 질병 신청으로 범위를 좁히면 8명 중 3명뿐이었다. 불승인 사유는 대부분 참사 당시 업무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워서였다. 현장 대원들은 공무상 요양 신청 과정에서 업무 연관성을 본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다가 최근 숨진 채 발견된 40대 소방관도 지난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올해 2월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소방청이 각종 참사에 투입된 소방대원 3300명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치료의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외적으로 지원 체계는 갖춰지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트라우마 특성을 고려해 재난 직후 검진을 의무화해 낙인의 우려 없이 진료를 받게 하고 기록을 남기는 등 현장 대원들에게 더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