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 진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정부의 유능함을 보여줄 기회”라며 내각에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지만,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야는 핵심 의제인 입법과 예산 모두 극과 극의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격한 대치를 예고했다. 이런 이견을 중재하고 조율하는 것이 정치의 기능인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나란히 초강경 지도부가 들어선 터라 아직 악수도 못 하고 있다. 계엄과 탄핵의 혼란을 겪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치는 극한 대결의 후진적 모습 그대로인 국회에서, 과연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여당의 기조는 정부 지지도가 높은 첫해에 논쟁적 개혁 입법을 서둘러 끝내자는 것인 듯하다. 처리를 공언한 224개 법안에 검찰·사법·언론 개혁 법안을 다 포함시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하나같이 논란거리인 이슈를 밀어붙이려 한다. 이밖에도 3대 특검 수사를 확대하는 법안, 공공기관장을 정권 코드와 맞추는 법안, 정부 조직 개편안 등 공방 의제를 쌓아놓았다. 이를 ‘입법 폭주’로 규정한 야당은 강공으로 맞설 태세다. 벌써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을 거론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내년 예산안 역시 여당은 경제 회복용, 야당은 포퓰리즘으로 정반대 진단을 내려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양당은 여야 자리를 바꿔 마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망가진 정치를 꾸짖었다. “(국회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했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인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 존중과 협치가 실종돼 결국 국헌 문란을 불렀다는 재판부의 질타를 입장이 바뀐 여야가 다시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민주당은 지금 정부를 뒷받침하는 수비 자리에 있지만,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마음껏 밀어붙일 수 있는 이중적 입지를 가졌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마음대로 휘두른다면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이라 부를 수 없고, 야당 시절 그렇게 비판하던 윤석열 정권의 불통 행태와도 다를 게 없다. 협치의 대상인 야당과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여당 시절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한 대목은 정부를 무시하고 독주를 일삼는다는 거였다. 새 정부의 어젠다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맞선다면 한때 비판했던 행태를 답습하는 일이 될 뿐이다. 특히 민생과 밀접한 안건에선 정부의 정책 의도를 일정 부분 존중하면서 국민을 위해 최선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빠른 길에 올라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