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 문동주의 날갯짓이 예사롭지 않다. 데뷔 4년 차를 맞아 개인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함께 구단 역사상 18년 만에 ‘10승 트리오’도 완성했다.
이번 시즌 문동주는 역대급 활약 중인 외국인 투수 듀오 사이에서 토종 선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코디 폰세(16승)와 라이언 와이스(14승)는 31일까지 2025 KBO리그에서 30승을 합작하며 리그 최강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문동주 역시 10승(3패) 118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팀 내 국내 투수 중 승수와 탈삼진 1위의 성적표다. 최근 경기장에서 만난 문동주는 올해 성적을 두고 “류현진 선배를 비롯해 외국인 투수들에게 많은 걸 배운 덕분”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시즌 성장 배경에는 구종 변화가 있다. 문동주는 올 시즌 들어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스플리터) 구사율을 지난해 대비 대폭 늘렸다.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그의 직구와 함께 결정구로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문동주는 “고등학교 시절 줄곧 스플리터를 던지다가 손톱 부상이 이어져 사용하지 않았다”며 “코치님들과 상의 끝에 지난해 말부터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 자신감도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데뷔 첫 10승 사냥에 성공했다. 문동주는 “모든 선발 투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10승을 처음으로 이뤄내서 기쁘다”며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나도 도움을 줬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인 기록을 넘어 팀 역사에도 이정표를 남겼다. 문동주가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하며 한화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단일 시즌 세 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했다. 당시 한화는 류현진(17승)·정민철(12승)·세드릭 바워스(11승)로 구성된 막강 선발진에 힘입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문동주의 시선은 가을을 향한다. 한화는 전날까지 70승 3무 50패를 기록, 선두 LG 트윈스를 5.5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문동주는 “팀이 후반기 들어 잠시 주춤했으나 지금 충분히 잘 싸우고 있다”며 “목표는 우승이다.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