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약속을 1일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푸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갖고 논 것”으로 봐야 한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툴롱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마크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성사를 희망한다면서도 “시한 내 회담 약속이 없으면 푸틴이 트럼프를 다시 한번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8월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 푸틴과 젤렌스키의 회담이 2주 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2주 시한이 끝나는 날이 1일이다.
마크롱은 “러시아를 압박해서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올 1차 및 2차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도 “러시아 전시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가스 구매 국가들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하도록 미국 정부가 결정을 내린다면 나는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마크롱 발언에 대한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며 “평화 진전에 (트럼프보다)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으로 유럽을 지목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영토 양보를 러시아에 요구하도록 부추겨 평화협상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유럽이 충분한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전쟁 지속에 따른 비용을 미국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최근 백악관이 재무부에 유럽이 러시아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 목록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유럽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평화협상에 참여 중인 유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백악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