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예방과 조기 발견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내시경 검사이지만 천공, 출혈 등 합병증 위험이 따릅니다. 이런 잠재적 위험에 대처하려면 내시경 의사와 외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외과 전문의로부터 직접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진단과 함께 수술 등 응급 상황 대처가 빠릅니다.”
대한대장항문외과학회가 9월 ‘대장앎의 달’을 맞아 ‘안심 내시경’ 캠페인에 나섰다. 국민들 사이에 대장 내시경이 ‘위험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을 직시해 내시경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알리고 합병증 발생 시 외과 전문의가 최종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천공은 내시경 검사 도중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다. 복막염이나 패혈증 쇼크,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장 천공 발생률은 0.019~0.66%로 보고된다.
학회 대장내시경연구회 간사인 구가윤 가톨릭의대 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고령, 여성, 저체중, 영양 불량인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기저질환, 스테로이드 사용,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조직이 약하고 장 유착이 있으면 천공 위험이 커진다”면서 “여기에 내시경의 과도한 삽입이나 굴곡, 공기 과팽창, 경험 적은 시술자 등도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 미만 작은 천공이거나 복막염, 전신 감염이 없을 땐 내시경 치료(클립 봉합술), 항생제 등으로 해결 가능하다. 이런 치료에 실패하거나 천공이 크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구 교수는 “상당수 환자가 결국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면서 “천공의 조기 진단과 수술적 대처가 환자 안전의 핵심”이라고 했다.
연구회가 2012년 5월~올해 6월 12개 기관에서 대장 내시경 후 천공이 발생해 수술받은 132례를 대상으로 내시경 시술자(외과 23명, 타과 77명)의 특징과 결과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천공 발생 시 외과 의사는 100%, 타과 의사는 67%만이 외과로 입원시켰다. 또 외과 의사는 모두 24시간 내에 치료를 시작했으나 타과 의사는 25% 가량이 24시간 이후 치료에 들어간 걸로 나타났다. 구 교수는 “천공 수술 후 사망의 위험 요인은 24시간 이후 치료 시작과 수술 중 출혈량이었다”면서 “외과 의사가 천공 후 더 빨리 치료를 시작했고 사망률을 낮추는 독립 인자임을 확인했다. 출혈량과 사망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했다.
학회는 대장 내시경 전문의제와 외과 내시경 거점병원 체계를 추진 중이다. 외과 내시경 거점병원은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다. 1차 기관에서 고위험 용종이나 이상이 발견되면 당일 거점병원으로 빠르게 연결해 장세정 및 시술을 시행하고 출혈·천공 등 합병증 발생 시 수술 등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거점병원은 11곳이 구축돼 있다.
한편 최근 무증상 성인 대상의 대장암 검진 권고안이 10년 만에 바뀌었다. 2015년 마련된 기존 권고안은 45~80세에 1~2년 주기로 분변잠혈검사를 1차로 시행한 후 양성이 나올 시 대장 내시경을 하는 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안은 45~74세에 10년 간격의 대장내시경 검사, 1~2년 간격의 분변잠혈검사를 권고한다. 75세 이상은 건강 상태와 기대 여명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해 검진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정부는 대장 내시경을 기본(1차) 검사로 하는 국가 대장암 검진을 2027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