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부동산 난맥상
불러와… 민주당 反기업법
5년 전 실패 되풀이하려는가
불러와… 민주당 反기업법
5년 전 실패 되풀이하려는가
5년 전 그때도 여름이었다. 당시 180석이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의기양양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은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30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그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바로 공포됐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당시에도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에 대해 여러 우려가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세입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물론 당시 부동산 난맥상이 모두 임대차법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임대차법이 적어도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아득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건 지난주 초 국회에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을 연거푸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두 법안 모두 기업 경영이나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데 마치 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 처리하는 모습이 5년 전과 너무도 닮았다. 그나마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노란봉투법과 상법은 개정안 시행까지 아직 6개월, 1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 정도다.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여기는 건 ‘왜 하필 지금 이 법들을 처리했을까’ 하는 점이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기업 총수들과 대미 투자 계획을 논의하며 ‘원팀’을 강조한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기업이 반대해온 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부터 모양새가 좋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 업황이 조선·방산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썩 좋지 않은 시점에 법이 처리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기업에 대한 외풍이 심상치 않다. 동맹국이라는 미국부터 관세를 무기로 자국 내 생산기지 투자를 압박한다. 전임 정권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돌연 지렛대 삼아 지분 인수를 거론하는 황당한 행태도 보인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중국 기업들에 기술력이 따라잡힌 지 오래됐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퍼붓는 중국 기업 앞에 오랜 기간 ‘수출 캐시카우’였던 석유화학산업이 애물단지가 돼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고, ‘산업의 쌀’ 철강은 일부 공장 가동까지 멈춰야 했다. 달리 보면 패권 국가 미·중이 이렇게 자국 제조업을 위해 안면몰수하는 시점에 변변한 자원 하나 없이 제조업과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이 제조업 지원은커녕 자칫 제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입법을 앞장서서 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해 하청업체 노조의 원청업체 상대 교섭의 여지를 열어뒀다. 원청 한 곳이 수백, 수천개 하청을 둔 조선·자동차 업계에서는 임단협을 앞두고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해 기업이 신제품 생산을 위해 기존 제품 생산을 감축하거나 해외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쟁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아직 법이 시행되기 전인데 노동계나 하청 노조들이 전방위적으로 기업 압박에 나서는 걸 보면 6개월 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그동안 한국 제조 대기업의 성장 이면에 숱한 하청으로 비용 절감과 위험의 외주화를 하는 등 어두운 그늘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제조업을 둘러싼 나라 안팎의 위협이 거센 시점에 이처럼 급진적인 제도 변화를 사회적 합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노동자의 일자리도, 주주의 자산 가치도 모두 담보하기 어렵다. 5년 전 임대차법처럼 법 시행 후 입법자들이 내세운 선의와 정반대 결과가 펼쳐지는 건 아닐지 불안감이 드는 건 그저 기우일까.
이종선 산업1부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