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마루아트센터 지하의 특별관에서는 올해 기독 미술계를 빛낸 ‘골든십자가상’을 포함한 특선, 입선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미술인선교회가 주관한 제33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의 이날 시상식을 위해 전시회장 가운데에 놓인 100석 넘는 좌석은 일찌감치 찼고, 선 채로 수상을 축하하는 이들도 수십 명에 달했다. 참여자 관심은 최고 영예인 골든십자가상을 받은 고민경 김갑수 이창수 작가에게 집중됐다.
천을 염색하고 자르고 잇는 등 퀼팅과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섬유 작품을 출품한 고 작가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원단 속에서 딱 필요한 원단을 찾고 실과 바늘을 이용해 유의미한 것을 구상해 나갈 때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다”며 “버려진 조각천이 쓸모를 찾아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것은 구원과 같은 의미를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교지 묵상은 작품 구상의 원천이 됐다고 그는 부연했다. 2022년 요르단 와디럼 사막에서 보고 느낀 것이 ‘My Lord, My road’라는 작품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고 작가는 “성경의 땅이지만 무슬림화가 된 그곳, 폐허가 된 땅에서도 생명의 길로 인도해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임재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70세인 나이가 무색하게 엔지니어링, 코딩, 로봇 기술을 접목한 입체 작품으로 이번 최고상을 받았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새를 표현한 ‘나무와 새’ 작품에 대해서 그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것으로 영혼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IT기술은 선교의 도구임이 분명하다. 기독교인이 시대에 동떨어져 살 수 없는 것처럼 주변의 다양한 도구와 대상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은퇴한 뒤 IT를 활용한 작품을 시작한 일을 언급하며 기독교인에게 새로운 도전을 권면했다.
‘예수님 이야기’ 등 회화 작품으로 골든십자가상을 받게 된 이 작가는 요한계시록 1장 8절을 묵상하며 이번 출품작에 몰두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면서 “역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전능한 주권자로서 다시 오실 하나님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때로는 덧칠해 입혀진 색을 수세미로 씻어내는 작업을 통해 비워내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고백을 전하며 “인생이라는 순례길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풍성함을 관람객들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