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축하금·식당 바우처 지원… 총동원 아닌 ‘총파송’ 내걸어

입력 2025-09-01 03:05
김의석 옥천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충북 옥천의 예배당에서 교회 사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충북 옥천역에서 내려 5분가량 걸음을 옮기면 낮은 건물들 사이로 붉은 벽돌 예배당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충북 옥천읍 한복판에 자리한 옥천교회(김의석 목사)다.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에 속한 옥천군은 인구 4만9000여명으로 젊은 층 유출과 저출생 여파로 곳곳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푸른 녹음이 마을을 감싸고, 오래된 골목은 여전히 정겨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옥천교회는 올해로 창립 79년을 맞이했다. 전통 교회로 지역을 섬기면서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부임한 김의석(52) 목사는 ‘총동원이 아니라 총파송’이라는 목회 철학을 내걸고 있다. 교회가 중심이 되어 사랑을 지역 속으로 흩어 보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성도들을 교회 안으로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역 속으로 보내는 것이 진짜 복음 전파”라고 말했다.

김 목사가 옥천교회에 와서 가장 먼저 도입한 변화는 교회 운영 체제 개편이다. 기존에는 사실상 목회자가 재정과 사역을 결정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장로들을 위원장으로 세워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한다. 교회 조직은 기획·선교·찬양·이웃사랑·관리·봉사 등 11개 위원회로 나뉘었고, 재정 집행은 해당 위원장이 최종 결재권을 가진다. 김 목사는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신뢰는 재정의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도들의 의견이 존중될 때 교회가 평신도 중심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교인들은 목회자의 뜻을 존중했고, 목회자도 교인들의 뜻을 배려했다. 서로 돌보면서 교회의 운영 체계는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봉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출산 축하금 사역이다.

교회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올해부터 신생아를 낳은 가정에 출산 축하금(50만~20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네 가정이 혜택을 받았다. 첫째·둘째·셋째 출산 가정에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목사의 말이다.

“한 명 낳는 게 가장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고, 군청 조사에서는 셋째 이상 가정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여러 의견을 반영해 단계별로 지원합니다. 아직 교인들만 대상으로 시행 중이지만, 앞으로는 군청과 협조해 현수막을 걸어 축하하는 방법을 모색해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교회 유치원이 폐원 절차에 들어간 현실을 고려하면, 교회의 작은 지원이 지역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크다.

목회 철학도 180도 바뀌었다. 보통 교회는 교인들을 예배당에 모으는 ‘총동원’을 추구하지만, 김 목사는 반대로 ‘총파송’을 내세우고 있다. 매년 5월 온가족예배에는 850~900명 정도 모이는데, 이때 교회는 전 교인에게 식사 바우처를 나눠준다. 교인 소유 식당을 제외한 지역 식당에서 가족별로 흩어져 식사하게 하는 방식이다. 교회가 식사를 대접한다는 의미와 동시에 지역 경제 소상공인에게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문화센터 운영 역시 교회가 직접 하기보다 관공서·공공기관의 프로그램으로 성도들을 안내한다. 교인들이 지역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자연스레 신앙을 드러내도록 돕는 것이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지역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인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곧 복음 전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회 키워드로 ‘섬김’을 꼽았다. 실제로 옥천교회는 정기적으로 주일 오후 예배 후 성도 전원이 장갑과 집게를 들고 거리를 청소한다. 목사가 성도를 섬기고, 성도가 서로를 섬기며, 교회가 지역을 섬기는 구체적 실천 방식이다.

70세 이상 성도를 위한 시니어 예배를 정기적으로 드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맞닿아 있다. 교회는 식사와 레크리에이션뿐 아니라 키오스크·스마트폰 교육까지 진행한다. 어르신들이 사회에서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청사진을 묻자 김 목사는 “옥천읍 인구의 5%를 책임지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옥천교회라면 도와줄 것이다’라는 신뢰를 주는 교회, 섬김과 나눔의 자리에 늘 서 있는 교회를 꿈꾼다.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성도들과 함께 헌금을 모아 해외 선교지에 ‘80주년 기념교회’를 세우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목사는 “이미 태국 단기선교를 다녀오며 교회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산동네 교회에 화장실을 지어드린 경험도 있다”며 “당회의 결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성도들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목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먼저 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섬김을 통해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교회가 언제든 열려 있고, 섬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지역과 늘 함께 하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옥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