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아 트리미 가야(예수님이 나의 방패 되신다).” 사막 마을에 울려 퍼진 찬양이 뜨거운 공기를 흔들었다. 케냐 북부 차비 사막 인근 하파레 마을. 유목 전통을 이어가는 렌딜레 부족이 사는 이곳은 크리스천 비율이 낮다. 기혼을 상징하는 구슬 목걸이와 전통 족두리를 한 여인들이 돌림노래로 찬양을 이어가고 있었다.
최근 미션NGO 기아대책 회복캠페인팀은 최인호 한지선 선교사가 몰고 온 낡은 트럭을 타고 이곳을 찾았다. 모래바람이 이는 황량한 길을 지나 가시가 솟아난 싯딤나무 가지가 스칠 때 주민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현지 스태프 후세인(45)은 “예수님을 잘 모르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찬양을 따라 부르는 것”이라며 “토속신앙과 전통 주술이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4일부터 사흘간 팀은 기아대책이 세운 학교와 교회를 돌아보고 6개 마을을 방문하며 사역 현장을 체험했다. 팀에는 조상용 대전중부교회 목사와 김혜경 사모, 한국 기아대책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조 목사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70년 전 한국도 전쟁으로 폐허였지만, 외국 선교사들이 학교와 교회를 세워주고 복음을 전했다.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신앙과 교육이 기초였다” 전하며 “여러분도 예수님을 믿고 케냐의 소망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영적 사막에 세워진 복음의 터전
코어 사역은 2007년 기대봉사단으로 파송된 최 선교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됐다. ‘영적으로 메마른 사막 같은 땅에서 주민과 함께 교회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믿음의 결단이었다.
건조 지대에 있는 코어는 대부분 사막성 평지와 바위로 이뤄져 있다. 방문 시기는 계절상 겨울이었음에도 낮 기온은 평균 34도, 가뭄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하루 한 끼로 연명하고 있었고, 기존 우물은 오염돼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기아대책이 태양열을 이용한 핸드펌프와 빗물탱크를 설치해 일부 개선했지만 여전히 물은 귀했다.
최 선교사는 “주민들 영양실조가 심각해 먹이는 사역이 필수”라며 “콩과 옥수수가 아이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캠페인팀은 옥수수콩 50포대를 나누며 마을을 축복하고 기도했다. 조 목사는 “이 마을에 복음이 전해지길 원한다”며 “기아대책과 선교사를 통해 하나님의 평안이 임하고 기적이 일어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CDP 아동 후원, 꿈을 키우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코어에선 20년 가까이 기아대책이 추진하는 아동결연개발사업(CDP)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5~18세 아동 166명이 후원을 받고 있고 모두 700여명이 도움을 경험했다. 후원 아동의 80%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지역 변화의 지표가 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교사 소포 모르사(30)다. CDP 아동으로 자라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현재 하파레 유치원 교사로 30여 명의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해 교사를 꿈꿨다”며 “우리 마을에 유일한 교사가 됐지만, 가르치는 아이들 가운데 또 다른 교사가 나오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어엔 지금까지 15개 목동학교와 국립 유치원 3곳이 세워졌다. 대부분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느라 교육 기회를 놓치는 렌딜레 부족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둡사하이 마을 ‘믿음초등학교’는 교육 사역 결실의 상징이다. 2009년 나무 아래서 시작된 작은 수업은 330명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했다. 교사 수는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16명으로 늘었고, 교실 6개와 물탱크, 급식 주방도 갖춰졌다.
학교가 세워지자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예배를 드렸다. 인원이 늘면서 2021년 ‘말리왁(하나님의 계획) 교회’가 세워졌다. 지금은 매주 200명이 모여 예배한다. 회복캠페인팀이 함께한 주일예배에서 아이들은 5실링 동전을 기쁘게 드렸다. 조 목사는 로마서 5장 8절을 본문으로 “예수님께서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전했다.
이외에 토요일마다 열리는 성경공부와 신앙교육 프로그램, ‘마하나임 합창단’ 연습도 다음세대를 세우는 중요한 사역이다. 성악 전공인 한지선 선교사가 2015년부터 지도한 합창단은 70명의 아이들이 오디션을 거쳐 참여하며 찬양과 말씀으로 자라간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자립을 위한 협력
렌딜레 부족 마을 중 가장 오래 복음이 전해진 룽구모 마을에서는 ‘드림키왁(하나님의 뜻) 교회’ 건축이 진행 중이다.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건축헌금에 기아대책의 지원이 더해져 가능해진 일이었다. 회복캠페인팀의 바램은 올해 성탄예배를 이곳에서 드리는 것이다.
최근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세우고 포교 활동이 활발해진 우라우웬 지역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세 번째 교회 건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코어 사역의 큰 특징은 ‘함께 세워가는 사역’이라는 점이다. 주민이 먼저 학교와 교회를 요청하고 일정 부분 비용이 모여지면 기아대책이 협력한다. 현지 교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코어가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렌딜레 부족 출신 라반 에이씬켈레(51) 코어메인교회 담임목사는 주일학교와 유스캠프 등 기대봉사단 사역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기대봉사단 사역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게 하는 사역”이라며 “CDP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했고 청년들은 꿈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현지인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마을 추장 보야 갈리모글레(56)는 “선교사들은 이제 우리와 한 가족”이라며 “그들이 온 이후 예수님을 알게 됐고 마을 공동체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10명의 자녀를 키우는 과부 미샐론 오르구바(50)는 “자녀 중 CDP 후원 아동이 되면서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게 된 이들도 있다”며 “교회를 통해 신앙이 자라가고 있으며 지금은 예수님께 기도하면 응답하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코어(케냐)=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