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빌려서라도 농사”… AI·R&D 역대급 투자

입력 2025-08-29 18:55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무회의에선 728조원 규모로 편성한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55조원 가까이 늘린 728조원으로 편성하면서 ‘확장재정’ 기조를 공식화했다. 나랏돈을 인공지능(AI) 기술, 연구·개발(R&D) 등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재정이 ‘씨앗’ 역할을 해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올해 본예산 대비 54조7000억원(8.1%) 증액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 예산의 증가 폭이 8%를 넘어서기는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놓는 우를 범할 수 없다”면서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ABCDEF 분야(AI, 바이오, 콘텐츠 앤드 컬처,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I의 경우 올해(3조3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로봇·자동차와 같은 물리적 기기에 탑재하는 AI인 ‘피지컬 AI’ 개발에만 향후 5년간 6조원을 지원한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예산에도 올해보다 4조8000억원 증가한 7조5000억원을 할애했다. 35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R&D 역시 AI를 활용해 나머지 BCDEF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개발, AI 콘텐츠 제작기술 개발 등의 과제에 예산을 분배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성장을 제외한 분야의 예산을 크게 증액해 국내 경기와 대외 상황 등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대표적인 게 올해보다 20조4000억원 늘어난 269조1000억원을 편성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이다.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만 8세까지 1세 올리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상한도 250만원까지 확대한다. 노인 일자리도 올해보다 5만개 더 증가한다.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에는 예산 1조1500억원을 편성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국방비는 올해 대비 5조원 증가한 66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스텔스 전투기 연구 및 첨단 무기 전환 R&D 등에 예산을 쓸 방침이다.

정부는 예산 사업을 위한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역대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예산을 3조7555억원 감액하고, 전 정부의 석연찮은 캄보디아 원조로 논란이 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올해보다 1조6000억원가량 줄였다.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재정 부담은 커지게 됐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이동환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