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700조원대 예산, 퍼주기로 가선 안돼

입력 2025-08-30 01:10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무회의에선 728조원 규모로 편성한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사상 처음 700조원대 예산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심의·의결했다. 증가 폭(54조7000억원)은 역대 최대이며 8%대 예산 증가율도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전임 윤석열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사실상 폐기하고 확장재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 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재정을 성장을 뒷받침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는 이해가는 면이 없지 않다. 실제 미래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린 점은 이를 방증한다. 인공지능(AI)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려 10조여원으로 책정했고 연구개발(R&D) 예산(35조3000억원)은 사상 최대다.

하지만 투자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한데 이 부분을 간과한 느낌이다. 2029년까지 평균 재정증가율은 5.5%인 반면, 재정 수입 증가율은 4.3%로 누적 적자분이 245조원으로 추산된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씩 늘어 2029년엔 1789조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50%대)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2020년 이후 부채 증가 속도는 주요국 중 1위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과 선심성 예산을 들어내야 함에도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효과가 불분명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아동수당(월 13만원 상향),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월 15만원) 등 현금성 지원도 수두룩하다. 지방자치단체 지원 보조금을 3조8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린 건 내년 지방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정부도 임기 내내 7~9%대의 확장 예산을 고집했지만 평균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긴축재정 기조를 보인 윤석열정부(2.1%)와 큰 차이가 없다. 돈만 쏟아붓는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두 차례 추경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다. 제조업 둔화와 내수 침체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관세전쟁으로 수출 전망마저 어둡다. 재정의 적재적소 효율적 집행과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성장으로 연계된다. 여기에 규제 완화, 제도 개혁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씨앗을 아무데나 뿌린다고 수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