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천안문은 1420년에 건립된 길이 66m의 웅장한 성문이다. 자금성의 남문으로 문 위에 망루(누각)가 있다. 명·청 시대에 망루에선 군대 출정식이나 황제 즉위식이 열렸다. 1949년 마오쩌둥이 망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마오주의자들의 성지가 됐다. 망루는 과거에는 황제나 공산당 지도부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입장료만 내면 일반 관광객도 오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오른다. 최첨단 무기들이 대거 공개되는 자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망루에서 중국의 군사 굴기만 눈에 담아가선 안 될 것이다.
망루는 구중궁궐에만 머물던 황제와 바깥 세상이 연결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자신의 모습을 궐밖에 내보이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김 위원장도 망루에 올라 갇히거나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연결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천안문은 높이 33.7m로 망루에 오르면 베이징 시내의 발전상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 국제 제재로 허덕이는 동안 군사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전기차, 인공지능(AI), 우주 개발 등 최첨단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중국의 발전상을 목도하고 북한도 그런 나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열병식에는 25개국 안팎의 국가 원수나 최고위 인사가 참석한다. 북한 지도자로선 1980년 김일성 주석의 유고슬라비아 방문 이후 45년 만의 다자외교 무대 등장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돋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국가라면 중국이나 러시아 위주로만 외교를 해선 안 되며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과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이번 다자 경험을 통해 은둔 외교의 빗장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사회를 위협하거나 유엔 협약을 위반하는 일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