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는 2010년 정점을 찍고 14년간 감소세다. 2015년 이후 서울 인구는 줄곧 1000만 이하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에서는 늘 주택 부족에 허덕인다. 서울에는 왜 살 집이 없을까. 살 수 있는 집과 살고 싶은 집의 괴리가 주로 언급된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를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 또한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는 줄지만 1·2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했다. 가구 수 증가에 따른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1·2인 가구의 수요가 몰리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28일 부동산R114가 통계청 주택보급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7년 연속(2017~2023년) 가구 수 증가가 주택 공급을 웃돌았다. 최근 3년(2021~2023년) 서울의 연평균 가구 수 증가 규모는 약 5만3000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주택 수는 약 3만3000가구 증가했다. 매년 약 2만 가구의 격차가 생겨났다.
1·2인 가구 비중이 확대되는 가구 분화는 고령화와 함께 주택 수요 증가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인구는 2015년 약 1000만2000명에 이르렀으나 2016년(약 993만명) 1000만명 아래로 내려온 뒤 지난해 약 933만명까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하락 중이다.
올해 초 공개된 통계청 주택보급률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서울 주택보급률은 93.6%로 2009년(93.1%)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즉 전체 가구가 100가구라면 주택은 93.6가구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실제로 살 집이 부족한 상황이다.
1·2인 가구 증가는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 수요를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청장년층이 대학, 일자리, 문화·편의시설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에 몰리기 때문이다. 지방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체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오히려 주택 공급이 초과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1·2인 가구는 소득이나 자산이 적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전월세 상승세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서울처럼 가구 수 증가 속도가 주택 공급보다 더 빠른 지역은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 여파, 여성 1인 가구의 안전 우려 등으로 빌라 기피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공급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중심의 공급대책이 자칫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이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방소멸은 부동산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며 “청년들이 지방에 거주할 수 있는 지역 내 일자리·의료·문화 등 인프라가 마련돼 ‘먹사니즘(먹고살 수 있음)’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