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통신사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전화번호 차단뿐 아니라 국내 중계기 단속, 서버 추적 등으로 대응을 다각화한 데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방 활동도 확대키로 했다. 경찰은 전국 수사부서에 전담 수사인원 400여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4707건, 피해액은 776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발생 건수(1만1734건)는 25.3%, 피해액(3909억원)은 98.7% 급증했다.
경찰은 범행에 활용된 전화번호와 단말기를 단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휴대전화 번호를 임의로 바꾸는 데 쓰는 변작 중계기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변작 중계기는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010’ 휴대폰 번호로 바꿔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여러 개의 유심칩을 장착해 번호 조작이 가능한 ‘심박스’라는 장치가 대표적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별도의 중계장비 없이 번호를 바꿀 수 있는 장비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LG유플러스는 지난 22일 AI 기반 범죄 탐지·차단 기술 고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다만 상당수 보이스피싱 조직은 3G망을 갖추지 않은 LG유플러스망(알뜰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카이스트와 손잡고 4G망에서도 중계기 탐지가 가능한 기술을 지난해 개발했지만 현재는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는 보이스피싱 전파를 3G망으로 전환해 경찰이 중계기 위치를 더 쉽게 특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4G망 탐지 기술도 조속히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통신사는 악성 앱 제거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신고가 접수된 악성 앱 연동 서버와 통신한 번호를 역추적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런 방식을 활용해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예방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2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한다.
통신3사는 AI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각종 자료를 AI에 학습시켜 보이스피싱 위험성이 높은 통화라면 경고를 보내는 식이다. SK텔레콤(에이닷)·KT(후후)·LG유플러스(익시오)가 대표적이다. 이를 이용하면 딥보이스(AI 변조 음성) 탐지도 가능하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전국 단위 전담수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부산·광주·경기남부·충남 등 5개 시·도 경찰청에는 모두 221명 규모의 피싱범죄 전담수사대를 신설할 계획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