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 달 3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개최하는 80주년 전승절(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트 전쟁 승리기념일) 열병식은 중국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반서방 세력을 결집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관세·무역 전쟁을 넘어 전략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외교무대에서 미국 일극주의의 ‘횡포’를 비판하며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동시에 미국 등 서방과 갈등 중인 국가들을 우방으로 끌어들이고 일대일로(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중국의 외교적 성과와 자산, 군사력을 과시하고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이 28일 발표한 열병식 참석 해외 정상급 지도자 명단은 중국이 이번 행사의 성공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음을 보여준다. BBC는 “열병식에 참석하는 지도자 명단은 중국의 부상과 세계와의 관계 변화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일찌감치 참석을 확정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초청에는 실패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참석하게 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6명의 해외 정상급 참석자 명단 중 푸틴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에 김 위원장을 올려 각별히 예우했다.
이 밖에 서방과 갈등 중이거나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과 밀착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쿠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파키스탄, 세르비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방 국가 중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가 유일하게 참석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해 실전 배치한 신형 전차, 함재기, 전투기, 무인잠수정, 전자전기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무기도 대거 공개한다. 열병식에 참석한 잠재적 무기 구매 국가들에 대한 세일즈 효과도 노린다.
일본과 대만은 중국 견제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이번 행사에 반일 색채가 짙다며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참석 보류를 요청했다. 대만은 중국공산당이 항일전쟁을 주도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대만 합병을 위한 정치적 의도라며 자국 공무원과 연예인 등 유명 인사의 열병식 참석을 막았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