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손잡는 김정은… 한반도 주도권 노림수 관측

입력 2025-08-28 18:48 수정 2025-08-28 23:5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직속 특수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해 저격수구분대와 특수작전구분대의 훈련실태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림수로 분석된다. 잇단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데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자리에 서서 북·중·러 연대 강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이 북·미 회담을 구상하는 상황에서 중·러와 밀착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8일 “김정은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이재명정부가 의외로 한·미·일 연대를 강화하니 김정은도 북·중·러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자 회담을 선호해 온 김 위원장이 다자무대에 서기로 한 데에는 대미 전략적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제1 견제 대상인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자신의 데뷔 무대로 설정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효과를 거뒀다. 게다가 중국이 공개한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자는 대체로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의 수장이다. 새로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목된 북·중·러·이란이 모두 포함됐다.

한·미 정상의 북·미 회담 추진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시 주석과의 협력 강화는 북한에 새로운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과 2019년에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회담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을 만나는 게 협상 국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도 김 위원장의 참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북한은 물론 중국도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선택”이라며 “대북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고 중국 외교의 중요성을 확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남북 관계 활로 모색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중국을 포함한 여러 관련국과 협력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승절에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 위원장의 조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 의장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 만찬에 참석해 김 위원장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술을 나눠 마셨다. 이번에도 행사장에서 동선이 겹치면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깜짝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의장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포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상 김판 기자 junwith@kmib.co.kr